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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있는데 아이들이 없다? 출생자 수 급감 지역의 충격적 실태

by 아너스88 2025. 5. 25.

오늘은 어제와 그제에 이어 출생율에 대하여 더 알아 보려고 합니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공개한 2025년 4월 주민등록 기준 출생자 등록 통계를 바탕으로, 출생자 수가 급격히 감소한 지역들의 실태를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합니다.

충격적인 한 자릿수 출생 지역들

2025년 4월 통계를 분석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전국 여러 지역에서 출생자 수가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이름이라도 들어본 지역 중 대표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 전라남도 구례군: 2명
  • 경상북도 청송군: 3명
  • 충청북도 보은군: 4명
  • 경상남도 의령군: 7명
  •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10명
  • 경상북도 영양군: 3명
  • 충청남도 청양군: 6명
  • 전라북도 진안군: 3명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닌, 지역 공동체의 생존과 직결된 위기 상황을 보여줍니다. 이런 지역들은 한 달 동안 유치원 한 학급도 채울 수 없는 수의 아이들만이 태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도시 속의 '인구 소멸 지역'

출생자 수 감소는 농촌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도시 지역 중에서도 충격적인 사례가 있습니다:

  • 부산광역시 중구: 6명
  • 대전광역시 대덕구: 57명
  • 광주광역시 동구: 56명

특히 부산 중구의 사례는 심각합니다. 한때 부산의 중심지였던 이곳은 현재 고령화율이 32%에 육박하고, 출생자 수는 광역시 자치구 중 최하위 수준입니다. 원도심 쇠퇴와 젊은 인구 유출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출생자 수 급감의 원인 분석

가. 고령화와 가임여성 인구 감소

출생자 수가 급감한 지역들의 공통점은 고령화율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일부 군 지역은 고령인구 비율이 40%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출산율이 낮은 문제를 넘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가임여성 인구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줍니다.

예를 들어, 전라남도 구례군의 경우 25-34세 여성 인구는 300명 미만으로, 인구 대비 1.5% 수준에 불과합니다. 이는 전국 평균(6.7%)의 1/4 수준입니다.

나. 청년 인구의 지속적 유출

농촌 지역과 쇠퇴 도시에서는 교육과 취업을 위한 청년층의 유출이 심각합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부분의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고, 한번 떠난 청년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는 '인구 블랙홀' 현상이 나타납니다.

태백시의 경우, 석탄산업 쇠퇴 이후 젊은 층의 대규모 유출이 일어났고, 이는 20-30년이 지난 현재 출생자 수 급감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때 12만 명이 넘던 인구는 현재 4만 명 수준으로 줄었습니다.

다. 생활 인프라 붕괴의 악순환

출생자 수 감소는 학교 통폐합, 의료시설 축소 등 생활 인프라 붕괴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젊은 층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충청북도 보은군에서는 최근 5년간 3개의 초등학교가 폐교되었고, 유일한 산부인과도 폐업했습니다. 이로 인해 출산을 위해서는 인근 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이 생겼고, 이는 추가적인 인구 유출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라. 일자리 부족과 경제 기반 약화

지역의 경제 기반 약화도 출생자 수 감소의 주요 원인입니다. 안정적인 일자리가 없는 상황에서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경상남도 의령군의 경우, 청년층을 위한 양질의 일자리는 100개 미만으로 추정됩니다. 대부분 농업이나 소규모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서 청년들이 지역에 정착하여 가정을 꾸리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사례 연구 : 전라남도 구례군

구례군은 이번 통계에서 출생자 수 2명을 기록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출생자 수를 보인 지역 중 하나입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 인구 25,731명 중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812명(38.1%)
  • 20-39세 청년 인구는 3,102명(12.1%)에 불과
  • 초등학교 신입생 수는 2015년 152명에서 2025년 43명으로 급감
  • 지난 10년간 폐교된 학교 수: 5개
  • 주요 산업: 농업(특히 사과, 배 등 과수농업)
  • 청년 귀농인 수: 연간 10명 내외에 그침

구례군의 사례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의 인구 절벽 상황을 보여줍니다. 자연환경은 아름답지만, 청년들이 일하고 살아갈 경제적 기반이 부족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입니다.

전라남도 출생아 수 (2025년 4월)
전라남도 출생아 수 (2025년 4월)

도시 쇠퇴의 상징 : 부산 중구

부산 중구는 도시 지역임에도 출생자 수가 6명에 불과했습니다. 한때 부산의 상업과 금융의 중심지였던 부산 중구는 현재:

  • 인구 37,841명 중 65세 이상 인구 12,109명(32.0%)
  • 20-39세 인구 비율: 19.1%(부산시 평균 26.2%)
  • 1990년 인구 7만 명에서 현재 3.7만 명으로 감소
  • 주요 상권(광복동, 남포동)의 공실률 30% 이상
  • 부산의 중심 기능이 해운대, 센텀시티 등으로 이전

도시 재생 사업을 통해 관광객은 증가했지만, 실제 거주 인구, 특히 젊은 층의 유입은 미미한 상황입니다. 이는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만으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부산광역시 출생아 수 (2025년 4월)
부산광역시 출생아 수 (2025년 4월)

인구 유출의 첫 단계 : '학령인구' 감소 심각

출생자 수 급감 지역에서는 이미 초등학교 입학생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몇 가지 사례를 보면:

  • 강원특별자치도 태백시: 2015년 238명 → 2025년 52명(78% 감소)
  • 전라북도 진안군: 2015년 87명 → 2025년 19명(78% 감소)
  • 경상북도 청송군: 2015년 74명 → 2025년 21명(72% 감소)

학령인구 감소는 학교 통폐합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젊은 가족의 유출을 가속화하는 악순환을 만듭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마지막 졸업생'을 배출하고 문을 닫는 학교들이 늘고 있습니다.

 

지역 소멸,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출생자 수 급감 지역들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몇 가지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가. 지역 특화 산업 육성

청년들이 돌아올 수 있는 일자리 창출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린 미래 산업(친환경 농업, 재생에너지, 실버산업 등)을 육성하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야 합니다.

나. 결혼과 출산에 대한 파격적 지원

출생자 수 급감 지역에서는 보다 과감한 결혼·출산 지원책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전라북도 장수군에서는 결혼 시 주택 무상 제공, 자녀 출산 시 1,000만원 지원 등의 파격적 지원을 시작했고, 이는 소규모이지만 효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다. 교육·의료 인프라 유지

학교와 병원은 지역 생존의 핵심 인프라입니다. 학생 수가 적더라도 작은 학교를 유지하고, 원격 교육 등을 통해 교육의 질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또한 찾아가는 의료 서비스, 원격 진료 등을 통해 의료 접근성을 높여야 합니다.

라. 귀촌·귀농 청년 유치 전략

도시의 높은 주거비와 경쟁에 지친 청년들이 대안적 삶의 방식으로 농촌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착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합니다. 단순한 재정 지원을 넘어, 커뮤니티 형성과 사회적 네트워크 구축을 돕는 것이 중요합니다.

 

결론: 단순한 수치 너머의 의미

오늘 살펴본 출생자 수 급감 지역의 사례들은 단순한 통계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미래와 지역 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경고입니다.

한 달에 단 2-3명의 아이만 태어나는 지역은 30년 후에 어떤 모습일까요? 지역 소멸은 단순히 그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국토 이용의 불균형, 수도권 과밀화, 문화적 다양성 상실 등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출생자 수 급감이라는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려면, 지역별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과 장기적 관점의 정책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청년들이 지역에서도 희망을 가지고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글이 단순한 현황 보고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인구 문제와 지역 소멸에 대한 진지한 논의의 시작점이 되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