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의 광활함 속에 떠 있는 창백한 푸른 점, 지구. 이 작은 행성에서 생명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그것이 우주 전체에서 얼마나 특별한지, 혹은 특별하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은 인류의 영원한 호기심이다. 오늘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2장 '우주 생명의 푸가'를 통해 우리 존재의 본질에 대한 여정을 떠나보려 한다.
40억 년의 우연, 혹은 필연
먼지같이 작은 분자들이 모여 최초의 생명체가 되기까지 우리 지구는 40억 년이라는 긴 시간을 품어왔다. 현재의 복잡한 생명체들이 원시 바다에서 단순한 화학물질로부터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생각하면 경이롭다. 세이건은 이 여정을 하나의 음악적 흐름으로 표현한다. 단순한 음조에서 시작해 점차 복잡하고 풍부한 화음으로 발전하는 웅장한 푸가처럼, 지구의 생명도 단순한 아미노산에서 시작해 수십억 년에 걸쳐 진화의 교향곡을 완성해왔다.
"생물학을 음악에 비유해 볼 때, 지구 생물학은 단성부, 단일 주제 형식의 음악만을 우리에게 들려준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수천 광년 떨어진 저 먼 곳의 생명은 우리에게 어떤 형식의 음악을 들려줄 준비를 해 놓고 있을까 무척 궁금하다."
세이건은 이렇게 물으며 우리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지구의 생명이라는 멜로디는 우주 전체에서 울려퍼지는 거대한 교향곡의 한 부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우연과 필연 사이에서
생명의 기원에 대한 과학적 설명을 들여다보면, 놀랍게도 그것은 우연과 필연이 교묘하게 얽혀 있다. 초기 지구 환경에서 메탄, 암모니아, 수소, 물과 같은 단순한 화학물질이 번개나 태양 자외선 같은 에너지원을 만나 아미노산을 형성했다. 이 과정은 1950년대 밀러-유리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고, 세이건은 이것이 단지 지구에서만 일어날 수 있는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적절한 조건이 갖춰진 어느 곳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우주적 현상일 수 있다고 말한다.
원시의 바다에서 첫 세포가 태어나고, 그것이 점차 복잡한 구조로 진화하면서 생명은 다양한 형태로 지구를 채웠다. 우리 인간도 그 긴 진화의 연속선상에 있는 존재다. 세이건은 40억 년 전 어느 날 지구에 최초의 생명이 태어났고, 오늘날의 단세포보다 못한 그 생명으로부터 최초의 인간이 나타나기까지 진화는 멈춘 적이 없다고 설명한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 지구
세이건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우주적 관점에서 지구와 인간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그가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이다.라고 말했듯이, 우주 생명에 대한 탐구는 결국 우리 자신에 대한 이해를 깊게 하는 과정이다.
우리가 익숙하게 생각하는 지구 환경이 생명에게 완벽하게 적합하다고 여기는 이유는 모든 생명들이 지상에서 태어나서 바로 그곳에서 오랫동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초기 생물들 중에서 지구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한 종들은 모두 사라져버렸다. 우리가 환경에 맞춰진 존재인지, 아니면 환경이 우리에게 맞춰진 것인지를 묻는 세이건의 질문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푸가(Fugue)의 우주
세이건이 '우주 생명의 푸가'라는 제목을 선택한 것은 의미심장하다. 푸가는 하나의 주제가 여러 성부에서 변형되며 반복되는 다성적 음악 형식이다. 그는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릿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을 기대한다.라고 말한다. 이는 지구의 생명이 우주 전체 생명의 한 가지 변주에 불과할 수 있다는 심오한 통찰을 담고 있다.
"별들 사이의 광대한 암흑 속에는 기체, 티끌 그리고 유기 분자로 이루어진 성간 구름, 즉 성간운이 떠돌아다닌다. 성간운을 전파 망원경으로 관측하면 그 안에서 수십 가지의 유기 분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성간운에 유기 분자가 풍부하다는 사실은 생물의 기본 물질이 우주 어디에나 존재할 것이라는 예측을 가능케 한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나의 우주적 필연인 것이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시간만 충분히 주어진다면 하나의 우주적 필연'이라는 세이건의 주장은 우리 존재가 우연이 아닌 우주의 자연스러운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우리를 더 넓은 범우주적 맥락 속에 위치시키며,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더 넓은 관점으로 우리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별들 사이의 연결
세이건은 별들 사이의 광대한 암흑 속에는 기체, 티끌 그리고 유기분자로 이루어진 성간 구름, 즉 성간운이 떠돌아다닌다. 성간운을 전파망원경으로 관측하면 그 안에서 수십 가지의 유기 분자를 쉽게 발견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생명의 기본 구성 요소가 우주 전체에 퍼져 있으며, 지구만의 특별한 것이 아님을 시사한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자들은 수십억 년 전 별들의 내부에서 생성된 것들이다. 탄소, 산소, 질소 등 생명의 필수 원소들은 별의 핵융합 과정과 초신성 폭발을 통해 만들어져 우주로 퍼져나갔다. 우리는 문자 그대로 별의 먼지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다. 세이건이 자주 언급했듯이, 우리는 우주가 스스로를 인식하는 방법이다.
반성과 나아갈 길
세이건의 시각은 인간의 위치를 낮추면서도 동시에 우리의 중요성을 높이는 묘한 균형을 이룬다. 우리는 무한한 우주에서 지극히 작은 존재이지만, 그 작은 존재가 우주를 이해하고 탐구할 수 있다는 사실은 경이롭다.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릿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多聲部)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遁走曲)을 기대한다.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라는 세이건의 말처럼, 우주 생명의 다양성을 마주하게 된다면 우리는 새로운 차원의 이해와 겸손함을 얻게 될 것이다. 그것이 우리가 지구라는 행성을 더 소중히 여기고, 우주 속 우리 위치를 더 깊이 성찰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우주 속 작은 별 하나에 붙어 있는 창백한 푸른 점에서, 우리는 별들을 올려다보며 우주의 신비를 탐구하고 있다. 세이건이 들려주는 생명의 기원 이야기는 단순한 과학적 설명을 넘어, 우리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철학적 여정이다. 지구는 특별한가? 그 답은 우리가 우주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우주의 일부로서, 그 광대함과 다양성 속에서 하나의 소중한 멜로디를 연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참고 문헌
- 칼세이건, 『코스모스』(홍승수 번역, 사이언스북스, 2006)
- 앤 드루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김명남 번역, 사이언스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