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 잠시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본다. 별들은 오늘도 어김없이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다. 그 별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수십, 수백 년이 걸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우리는 지금 과거의 빛을 보고 있는 셈이다. 그렇게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별들의 속삭임을 들으며, 문득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이 광활한 우주에서, 우리가 지금 여기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코스모스 1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의 여운을 더 느껴보기 위하여 인연, 만남, 탐험이라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본다.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
칼 세이건은 『코스모스』의 첫 장 '코스모스의 바닷가에서'를 통해 우리를 거대한 우주 여행으로 초대한다. 그가 들려주는 우주는 단순한 천체들의 집합이 아닌, 무한한 시간과 공간이 교차하는 신비로운 서사시다.
"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 지성에 관한 한 우리는 설명이 불가능한 끝없는 무지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이 문장은 영국의 생물학자 토마스 헉슬리의 말을 인용한 것으로, 세이건은 이것으로 『코스모스』의 서막을 열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작고, 알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광대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끊임없이 그 지식의 섬을 넓혀가려 노력한다.
세이건은 말한다.
"코스모스의 크기와 나이는 인간의 일반적인 이해 수준을 넘어선다. 무한과 영원 사이 어딘가에 우리의 작은 행성인 보금자리가 숨어 있다. 우주적 관점에서 보면, 대부분의 인간사는 중요하지 않고 사소해 보인다. 그러나 우리 종은 젊고 호기심이 많으며 용감하고 많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주에는 약 1000억 개의 은하가 있고, 각 은하에는 평균 1000억 개의 별이 있으며, 모든 은하를 합치면 별의 수는 10의 22제곱에 이른다. 게다가 각 은하에는 적어도 별의 수만큼 많은 행성들이 있을 것이다. 이 끝없는 우주 속에서 지구는 단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
"인류라는 존재는 코스모스라는 찬란한 아침 하늘에 떠다니는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이 문장을 읽노라면, 가슴이 묘하게 먹먹해진다. 우리의 존재가 이토록 작고 미미하다니. 그러나 바로 그 작음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만나고, 사랑하고, 웃고 울며 살아간다. 이 광대한 시간과 공간의 심연 속에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얼마나 놀라운 우연인지. 아니, 어쩌면 우연이 아닌 필연일지도 모른다.
별에서 온 우리, 별을 그리워하다
"우주의 특별한 행운을 생각하는 것보다 우주가 생명으로 그득그득 넘쳐 난다고 생각하는 편이 훨씬 더 그럴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우리는 아직 모른다. 우리는 이것을 알아내기 위한 탐험을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세이건은 코스모스를 거대한 바다에 비유하며, 우리 인류는 이제 막 그 바닷가에서 발가락을 적신 수준이라고 말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너무나 적고, 알아가야 할 것은 너무나 많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토록 별을 바라보고, 우주를 탐구하고 싶어 할까? 왜 깊은 바다를 동경하고,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를 그리워할까?
아마도 그것은 우리가 별에서 왔고, 바다에서 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 산소, 질소, 칼슘 같은 원소들은 모두 별의 핵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별이 죽으면서 우주 공간으로 퍼뜨린 그 물질들이 모여 지구를 이루었고, 결국 우리를 만들어냈다. 우리는 말 그대로 별의 먼지로 이루어진 존재들이다.
"우리는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데, 이는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다."
이 문장은 우리의 모든 탐구, 모든 과학, 모든 철학의 근본 질문을 담고 있다. 우리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망원경으로 별을 관측하고, 현미경으로 세포를 들여다보고, 우주선을 다른 행성으로 보내는 것이다.
만남의 기적, 존재의 경이로움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우리는 서서히 자연의 책을 읽는 법을,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법을, 나무를 보살피는 법을 익혔다. 우리가 코스모스라는 망망대해에서 언제,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는 법을 익혔다. 그리고 코스모스가 스스로를 이해하는 수단이, 별로 돌아가는 길이 되었다."
이 구절은 마치 시처럼 아름답게 우리의 여정을 표현하고 있다. 우리는 코스모스의 일부이면서, 동시에 코스모스를 이해하려는 존재다. 별들로 이루어진 우리가 별을 연구한다는 것은, 우주가 스스로를 이해하려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이런 거대한 맥락 속에서 볼 때, 우리의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다. 137억 년의 우주 역사, 46억 년의 지구 역사, 수백만 년의 인류 진화 과정을 거쳐, 바로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서로를 만나고 교감한다. 이것은 얼마나 경이로운 일인가?
우주의 역사를 1년으로 환산했을 때, 인류의 역사는 12월 31일 마지막 분의 마지막 몇 초에 불과하다. 앤 드루얀은 "인류 문명이 약 1만 1650년 전, 우주력으로는 마지막 30초 무렵에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이 찰나와 같은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를 만나고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이다.
함께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
보이저 1호가 태양계를 벗어나며 돌아본 지구의 모습은 단지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했다. 그 사진을 보며 세이건은 이렇게 말했다.
"이 사진은 우리가 서로를 더 배려해야 하고, 우리가 아는 유일한 삶의 터전인 저 희미한 푸른 점을 아끼고 보존해야 한다는 책임감에 대한 강조입니다."
광활한 우주 속 작은 점에 불과한 지구에서, 우리가 지금 이 순간 함께 존재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경이로운 기적이다. 이것은 어쩌면 우주가 우리에게 준 가장 소중한 선물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말이다.
세이건이 말했듯, "코스모스를 알기 위한 우리의 미미한 노력에서도, 그 일을 하는 인류의 협력과 용기와 지성에서도, 인간 본성의 숭고함을 엿볼 수 있다." 우리는 서로에게 등대가 되어 이 광활한 우주를 함께 항해하고 있다.
오늘 밤, 다시 한번 창문을 열고 밤하늘을 바라보는 것도 좋겠다. 별들의 빛 사이로, 우리가 함께 존재하는 이 기적 같은 순간을 느껴보는 것이다. 이 무한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만났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지식에는 한계가 있지만, 상상력은 세상을 감싸 안는다."
노트에 휘갈리듯이 적혀 있는 것을 보니 어디선가 본 말이다.
쓸쓸한 우주 공간에서, 서로에게 기대어 빛을 나누는 우리. 이토록 넓은 세상에서, 우리가 만난다는 것. 그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코스모스가 우리에게 준 가장 아름다운 선물이 아닐까?
참고 문헌
- 칼세이건, 『코스모스』(홍승수 번역, 사이언스북스, 2006)
- 앤 드루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김명남 번역, 사이언스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