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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와 인간 사이, 그리고 박테리아와의 놀라운 연결  - 코스모스 2장 (4)

by 아너스88 2025. 8. 10.

바람에 흔들리는 참나무 잎을 바라보며 문득 깨닫는다. 내가 이 거대한 나무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에서 전하는 이 놀라운 진실 앞에서, 우리는 생명의 깊은 연결고리를 발견하게 된다.

단 하나의 조상으로부터

"지구 생명은 주어진 기능을 수행하는 데 최대의 경제성을 유지하는 아주 영리한 존재이다. 지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생명 현상의 뿌리에는 세포의 화학 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분자와 유전 설계도를 간직한 핵산이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본질적으로 같은 단백질 분자와 핵산 분자가 모든 동물과 식물에 공통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생명 기능이라는 관점에서 볼 때 참나무와 나는 동일한 재료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무리가 없다. 좀 더 먼 과거로 거슬러 올라간다면 동물인 나와 식물인 참나무의 조상은 같다."

세이건이 제시하는 이 명제는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넘어선다. 40억 년 전, 어느 원시 바다의 한 모퉁이에서 탄생한 미세한 생명체로부터 오늘날의 모든 생물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박테리아에서 청고래까지, 이끼에서 거대한 세쿼이아까지, 그리고 우리 인간까지.

진화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사다리가 아니다. 그것은 복잡하게 얽힌 거대한 나무이자, 수없이 분기하고 합쳐지는 강의 지류들이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 숨 쉬고 있는 이 공기 속의 산소조차, 수십억 년 전 원시 바다의 남조류가 광합성을 통해 만들어낸 것이다.

거대한 세쿼이아
거대한 세쿼이아 [그림출처 : 구글 무료 이미지]

별에서 온 우리들

"생명의 기원과 진화는 별의 기원과 진화와 그 뿌리에서부터 서로 깊은 연관을 맺고 있다. 첫째, 우리를 구성하는 물질이 원자적 수준에서 볼 때 아주 오래전에 은하 어딘가에 있던 적색 거성들에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지구에서 발견되는 무거운 원소들 가운데 어떤 동위 원소는 태양이 태어나기 직전에 근처에서 초신성의 폭발이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하기 때문이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원소들의 기원이다. 우리 혈액 속의 철분은 초신성 폭발에서 만들어졌고, 뼈를 구성하는 칼슘은 별의 심장부에서 핵융합의 불꽃을 통해 탄생했다. 생각해보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 그 눈동자를 이루는 탄소 원자들은 수십억 년 전 어떤 거대한 별의 죽음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주 생명의 푸가

세이건은 지구 생명의 음악을 "단성부, 단일 주제 형식"이라 표현했다. 하지만 우주 전체를 무대로 한 생명의 교향곡은 어떨까?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릿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多聲部)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遁走曲)을 기대한다.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이 대목에서 우리는 인간의 자리를 다시 묻게 된다. 우리는 우주의 중심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의미 없는 존재도 아니다. 우리는 우주가 자기 자신을 인식할 수 있게 된 놀라운 순간이며, 별들의 먼지가 의식을 갖게 된 기적이다.

연결의 깨달음

박테리아와 인간 사이의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DNA라는 동일한 암호체계, 단백질이라는 공통의 도구를 사용한다. 수십억 년의 진화 과정에서 생명은 기본적인 원리를 유지하면서도 놀라운 다양성을 창조해냈다.

"지상의 모든 생물들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같은 유기화학적 원리가 지상의 생물들을 지배하고 있다. 또한 그들은 오랜 세월 동안 같은 진화의 코드를 통해서 변신해 왔다."

이 연결은 단순히 생화학적인 것만이 아니다. 우리가 내쉬는 이산화탄소는 식물의 광합성 재료가 되고, 식물이 만든 산소는 다시 우리의 생명을 유지한다. 우리가 죽으면 우리 몸을 구성했던 원소들은 흙으로, 다른 생명체로 순환한다.

원숭이와 인간 사이에 그어진 선은 인위적이다. 침팬지와 우리는 DNA의 98% 이상을 공유한다. 더 나아가 바나나와도 50% 이상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이것은 우리를 겸손하게 만드는 동시에, 모든 생명에 대한 경외감을 불러일으킨다.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

세이건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우리는 우주의 한 조각이 의식을 갖게 된 것이며, 별들의 재료로 만들어진 존재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소중하다. 우리는 우주가 스스로를 성찰할 수 있게 해주는 눈이자, 자연법칙을 발견하고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박테리아에서 시작된 생명의 여정이 결국 우리에게 도달했다는 것, 그리고 우리를 통해 우주가 자기 자신을 알아가고 있다는 것. 이보다 더 경이롭고 의미 있는 일이 또 있을까?

매일 밤 별빛을 바라보며 기억하자. 우리는 모두 같은 별에서 왔고, 같은 생명의 나무에서 갈라져 나온 가지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 깨달음이야말로 진정한 겸손과 경외, 그리고 모든 생명에 대한 사랑의 시작이라는 것을.


참고문헌:

  • 칼세이건, 『코스모스』(홍승수 번역, 사이언스북스, 2006)
  • 앤 드루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김명남 번역, 사이언스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