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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 : 칼 세이건이 들려주는 우주 생명의 푸가 - 코스모스 2장 (3)

by 아너스88 2025. 8. 9.

어린 시절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느꼈던 그 막연한 동경이 있었다. 까만 하늘에 박힌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며 "저 별들은 도대체 무엇일까?" 하고 궁금해했던 그 마음 말이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2장 '우주 생명의 푸가'를 읽으며, 그 어린 시절의 궁금증이 비로소 과학적 진실로 풀려나가는 놀라운 경험을 하게 된다. 이 글은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으며 느낀 개인적인 감상을 담은 것이라는 것이며, 과학적인 근거는 칼세이건의 책을 읽으며 내가 취합하는 거라 틀린 부분이 있을수 있다는 것을 감안하고 읽어주길..

별과 생명, 그 놀라운 연결고리

칼 세이건이 1973년 《코스믹 커넥션》에서 처음 "우리는 별의 물질로 만들어졌다(We are made of star-stuff)"라고 표현했던 이 문장은 단순한 시적 표현이 아니다. 이는 현대 천체물리학이 밝혀낸 놀라운 과학적 사실이다.

130억 년 전 우주의 시작, 즉 우주 대폭발(Big Bang)과 함께 만들어진 가장 오래된 원소들은 수소, 헬륨, 그리고 리튬뿐이었다. 그렇다면 우리 몸을 구성하는 탄소, 산소, 질소, 그리고 혈액 속의 철은 어디서 온 것일까?

그림출처 : 코스믹 커넥션
그림출처 : 코스믹 커넥션

별의 일생 속에서 탄생하는 원소들

답은 별의 장엄한 일생에 있다. 별 내부의 핵 융합 반응은 다양한 원소를 만들어 낼 수 있으며 원자번호 56번 철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 별들은 자신의 중심부에서 수십억 년에 걸쳐 수소를 헬륨으로, 헬륨을 탄소로, 탄소를 더 무거운 원소들로 변환시켜나간다.

별의 일생은 가스와 먼지로 이루어진 성간물질에서 시작하여 별이 폭발하며 나오게 되는 가스와 먼지로 구성된 잔해물과 블랙홀 등으로 되돌아 간다. 이 과정에서 별들은 우주에 새로운 원소들을 선물한다.

초신성 폭발, 생명의 씨앗을 뿌리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별의 죽음이다. 철보다 무거운 원소들은 반드시 이 초신성의 폭발과 함께 만들어진다. 거대한 별이 생의 마지막에 초신성으로 폭발할 때, 별이 가지고 있던 수 많은 원소들과, 별 폭발에 의해 새로이 형성된 원소들은 별 주위 그리고 우주 멀리로 흩어진다.

이렇게 우주로 흩어진 원소들이 바로 생명의 재료가 된다. 우리의 핏속을 흐르는 철, DNA를 구성하는 원소들은 모두 과거 언젠가 별 속에서 생성되었다. 정말로 놀라운 것은 별들의 먼지로 구성된 우리 몸은 별의 탄생, 진화, 죽음과 초신성 폭발의 과정을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출처 : 볼프-레이에 124 웹 망원경 초신성 폭발 이미지
그림출처 : 볼프-레이에 124 웹 망원경 초신성 폭발 이미지

우주적 관점에서 바라본 인간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단순히 과학 지식의 전달이 아니었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이며, 우주는 우리 안에 있다(We are a way for the cosmos to know itself)"라는 그의 말처럼, 인간이 우주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우주 그 자체의 일부임을 깨닫게 해준다.

우리 모두 아주 먼 과거에는 별 속에 있었다. 결국 우리 모두에게는 빅뱅과 별과 물질의 순환을 통해 이루어진 전 우주의 장엄한 역사가 새겨져 있다. 이 얼마나 경이로운 사실인가!

우주 생명의 푸가를 듣다

칼 세이건은 지구의 생명을 단성부 음악에, 우주의 생명을 푸가에 비유했다.

"우주 생물이 들려줄 음악은 외로운 풀피릿소리가 아니라 푸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우주 음악에서 화음과 불협화음이 교차하는 다성부(多聲部) 대위법 양식의 둔주곡(遁走曲)을 기대한다. 10억 개의 성부로 이루어진 은하 생명의 푸가를 듣는다면, 지구의 생물학자들은 그 화려함과 장엄함에 정신을 잃고 말 것이다."

이 표현 속에는 우주에 대한 깊은 경외감과 동시에 생명에 대한 무한한 가능성이 담겨있다. 우리가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는 것은 우리 역시 그 장엄한 우주 생명의 푸가에 참여하고 있는 하나의 성부라는 뜻이 아닐까.


참고 문헌

  1. 칼세이건, 『코스모스』(홍승수 번역, 사이언스북스, 2006)
  2. 앤 드루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김명남 번역, 사이언스북스,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