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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자 컴퓨팅, 미래를 여는 열쇠 : 미래의 컴퓨터, 양자가 열어가는 무한한 가능성

by 아너스88 2025. 7. 17.

여러분은 상상해보실 수 있을까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로도 우주의 나이보다도 오래 걸릴 계산을 단 몇 분 만에 끝내는 일이 현실이 된다면 말입니다. 실제로 구글의 한 실험에서 1025년이 걸릴 문제를 양자 컴퓨터가 5분 만에 해결해 보였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믿기 어려울 정도의 이 성능 향상은 바로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이 보여줄 미래의 한 장면입니다. 양자 컴퓨팅은 기존 컴퓨팅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차세대 기술로 각광받고 있으며, 해결하지 못했던 난제들을 풀 열쇠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마치 공상과학 속 마법이 현실이 되는 듯한 이 혁신을, 이제 쉽게 풀어 감성적으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양자 컴퓨터는 어떻게 다른가?

우리가 매일 쓰는 일반 컴퓨터(고전 컴퓨터)는 정보를 비트(bit) 단위로 처리합니다. 비트는 0 또는 1의 두 가지 상태만 가질 수 있지만, 양자 컴퓨터는 이와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동작합니다. 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인 큐비트(qubit)는 0과 1이 동시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는 마치 동전을 손가락으로 튕겨 공중에 던졌을 때, 떨어지기 전까지 앞면과 뒷면이 겹쳐져 있는 상태와도 같습니다. 이렇게 하나의 큐비트가 겹쳐진 상태를 양자 중첩이라고 부르는데, 이 중첩 상태 덕분에 큐비트들은 0과 1의 모든 조합을 한꺼번에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3개의 큐비트는 동시에 2의 3제곱(=8)가지 상태를 표현하고 계산에 활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큐비트들 사이에는 양자 얽힘(entanglement)이라는 특별한 현상이 일어납니다. 두 큐비트가 얽혀 있으면, 서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하나의 상태가 다른 하나와 긴밀히 연결되어 마치 한 몸처럼 움직입니다. 여러 큐비트가 얽힐수록 양자 컴퓨터는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한 연산을 병렬로 수행할 수 있는 거대한 하나의 시스템처럼 행동합니다. 이렇듯 양자 컴퓨팅은 여러 큐비트가 동시에 여러 상태로 존재하는 양자 현상을 통해 기존 컴퓨터로는 불가능한 연산을 수행할 잠재력을 지닙니다. 기존 컴퓨팅과 완전히 다른 원리와 병렬성을 갖추었기에, 양자 컴퓨터는 특정 문제에 있어 기존 컴퓨터를 능가하는 혁신적인 계산 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입니다.

양자 중첩과 얽힘의 개념/그래픽=이지혜
 

기존 컴퓨팅 기술의 한계와 양자 컴퓨터의 능력

고전 컴퓨터로는 도저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이 우리 주변에는 많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매우 큰 수의 소인수분해 문제입니다. 오늘날 인터넷 보안의 핵심인 RSA 암호는 거대한 숫자를 소인수분해하기가 어렵다는 원리를 이용하는데요. 얼마나 어려운지 한 예를 들자면, 2000자리 짜리 숫자를 소인수분해하려면 우주의 모든 원자만큼이나 많은 슈퍼컴퓨터가 있어도 138억 년, 즉 우주의 나이 만큼이나 걸린다고 합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이 문제도, 양자 알고리즘(쇼어의 알고리즘)을 사용하면 놀랍게도 다항식 시간(polynomial time)*안에 풀 수 있음이 이론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물론 이 알고리즘을 실행하려면 수천 개 이상의 완벽한 큐비트가 필요해 현재 당장은 구현하기 어렵지만, 미래에 대형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기존 암호체계가 순식간에 무력화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만큼 양자 컴퓨터는 기존 컴퓨팅 기술의 한계를 근본적으로 뛰어넘는 힘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복잡한 최적화 문제과학 기술 시뮬레이션 분야에서 양자 컴퓨팅의 강점이 두드러집니다. 예를 들어 물류 회사의 배송 경로 최적화나, 새로운 신약 후보 물질을 찾기 위한 분자 시뮬레이션과 같은 문제들은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가 천문학적으로 많아 기존 컴퓨터로는 계산에 엄청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러나 양자 컴퓨터는 이런 문제의 경우의 수 공간을 중첩 상태로 동시에 탐색함으로써, 답을 찾는 데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줄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양자 컴퓨팅은 제약(신약 개발), 금융(포트폴리오 최적화), 에너지(신소재 개발), 물류(경로 계산), 인공지능 등 다양한 산업에서 기존 컴퓨팅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새로운 접근법으로 기대되고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로도 수십 년에서 수백 년이 필요할지 모르는 난제들을 양자 컴퓨터가 빠르게 해결해 준다면, 우리는 더 효율적인 물류망 구축, 더 안전한 신약 개발, 더 뛰어난 AI 모델 구현 등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혁신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 다항식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란, 문제의 입력 크기 ‘n’에 대해 문제의 복잡도가 n의 c(정수)제곱이 되는 문제들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두 번 반복되는 for 문으로 구현된 알고리즘의 경우, 문제의 복잡도는 빅오 개념(big O notation)을 사용한다면 O(n2) 이 될 것입니다. 문제의 복잡도가 크지 않은 이러한 다항식 문제는 고전 컴퓨터로도 쉽게 해결할 수 있습니다.

양자 컴퓨터 실용화를 향한 도전과 최신 동향

양자 컴퓨팅의 잠재력은 놀랍지만, 이를 실용화하기 위해 넘어야 할 현실적인 도전 과제들도 있습니다. 그 중 가장 큰 난관은 바로 오류(error) 문제입니다. 양자 상태의 큐비트는 주변 환경의 작은 교란에도 쉽게 영향을 받는 매우 섬세한 존재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작동을 위해 대부분 영하 273℃에 가까운 극저온 환경을 필요로 할 정도로 민감하며, 큐비트 수가 조금만 늘어나도 서로 간섭하여 오류율이 급격히 높아지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양자컴퓨팅 발전을 가로막아온 병목도 이 양자 오류 문제였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여러 개의 물리적 큐비트를 모아 하나의 논리적 큐비트를 구성하고, 서로의 오류를 실시간으로 보정하는 양자 오류 수정 기술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내결함성(Fault-tolerance)을 갖춘 양자 컴퓨터가 구현되면, 비로소 날씨 예측이나 신약 개발, 재료과학 연구처럼 실제적이고 유용한 작업에 양자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양자 오류 문제를 극복하는 데에 상당한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2024년 구글은 30년간 난제로 불리던 오류 수정 분야에서 획기적인 개선을 이뤄낸 105큐비트 양자 칩 '윌로(Willow)'를 발표했습니다.
아래는 구글이 2024년 공개한 105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윌로(Willow)’의 이미지입니다.

구글이 2024년 공개한 105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윌로(Willow)
구글이 2024년 공개한 105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윌로(Willow)

 

이 칩은 큐비트 수가 늘어날수록 오류율이 낮아지는 혁신적인 설계를 적용해 주목받았습니다. 이러한 성과는 양자컴퓨터 개발에 있어 “30년 묵은 병목 기술”을 깨뜨린 것으로 평가되며, 업계에 중요한 이정표를 세운 사건으로 기록되었습니다.

한편 2023년 IBM은 무려 1,121큐비트로 구성된 양자 프로세서 '콘도르(Condor)'를 공개하며 양자 컴퓨팅 하드웨어의 규모를 크게 확장했습니다. 양자컴퓨터의 “양(量)”를 놓고 경쟁하던 IBM에 대해, 구글은 “우리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고 있다. 품질이 충분히 높지 않다면 큐비트를 단순히 늘린다고 해서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자사 블로그를 통해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이렇듯 양자컴퓨팅 경쟁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큐비트를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정확하고 쓸모 있는 큐비트를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양자컴퓨터 실용화 시기에 대해서는 여러 전망이 있지만, 최근의 눈부신 발전 속도를 감안할 때 그리 머지않은 미래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구글의 양자 연구 책임자는 “실질적으로 유용한 양자컴퓨터를 개발하려면 약 10년 정도가 더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으며, IBM의 수석 과학자 또한 현재의 방식으로는 유용한 양자 계산을 위해 수십억 개의 큐비트가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며 신중한 낙관론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신중함과는 별개로, IBM은 “2029년까지 세계 최초의 대규모 내결함성 양자 컴퓨터를 구축할 계획”을 공식 발표하며 업계에 큰 충격을 주었습니다. IBM이 구상 중인 차세대 양자 시스템은 현재 최고 성능의 양자컴퓨터보다 2만 배나 많은 연산을 수행할 수 있고, 현존 슈퍼컴퓨터의 100경 배가 넘는 메모리를 갖출 것이라고 합니다. 비록 이러한 목표 달성이 쉽지는 않겠지만, 전 세계 선두 업체들과 연구자들의 경쟁과 협력을 통해 양자 컴퓨팅은 한 걸음 한 걸음 실용화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의 열을 식히고 있는 저온 냉장고.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구글 연구소에서 양자컴퓨터의 열을 식히고 있는 저온 냉장고. <로이터 연합뉴스>

IBM, 구글, 리게티, 아이온큐: 선두 업체들의 양자 경쟁

  • IBM – 전통적인 컴퓨팅 강자인 IBM은 양자컴퓨팅 시대에도 가장 앞서 나가는 선두 주자입니다. 일반인이 클라우드를 통해 IBM의 양자 프로세서를 직접 사용해볼 수 있는 IBM 퀀텀 익스피리언스 서비스를 일찍이 공개할 정도로 기술 개방에 적극적인 기업입니다. 2023년 IBM은 세계 최대 규모인 1,121큐비트의 양자 프로세서 '콘도르'를 선보여 업계 이정표를 세웠습니다. 또한 2029년까지는 오류를 극복한 내결함성 양자컴퓨터를 구축하겠다는 야심찬 로드맵도 발표한 상태입니다. IBM의 아빈드 크리슈나 CEO는 “IBM은 양자 컴퓨팅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선언하며, 이 양자 기술이 현실 세계의 난제를 해결하고 비즈니스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 구글(Google) – 구글은 2019년 53큐비트 양자컴퓨터로 기존 슈퍼컴퓨터가 수천 년 걸릴 계산을 약 200초 만에 처리하며 이른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입증한 바 있습니다. 이후 양자 프로세서 개발을 가속화하여, 2024년에는 105큐비트 규모의 최신 칩 '윌로(Willow)'를 공개했습니다. 윌로는 양자 오류율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데 성공하여, 기존 컴퓨터로 1025년 걸릴 문제를 단 5분 만에 풀어내는 엄청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구글은 큐비트 숫자보다는 품질 향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약 10년 내에 실용적인 양자 컴퓨터를 현실화하겠다는 목표로 양자 알고리즘 연구와 하드웨어 투자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 리게티(Rigetti) – 리게티는 2013년에 설립된 미국의 양자컴퓨팅 스타트업으로, IBM과 동일한 초전도체 기반의 큐비트를 개발하면서도 풀스택(full-stack) 양자컴퓨팅 기업을 표방합니다. 자체 양자 칩 설계부터 클라우드 양자 서비스까지 모두 제공하며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최근 리게티가 공개한 84큐비트 양자 프로세서 'Ankaa-3'는 두 큐비트 게이트 오류율을 0.5% 이하(99.5% 신뢰도)로 끌어내리는 성능 향상을 이뤄 주목받았습니다. 이 칩을 아마존 브라켓(Braket)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애저(Azure) 플랫폼을 통해 클라우드 서비스로 제공하며 글로벌 사용자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리게티는 업계 최초로 여러 개의 양자 칩을 연결하는 모듈형 다중 칩 아키텍처도 도입하여 향후 대형 시스템으로 확장할 청사진을 그리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해외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양자 컴퓨팅 생태계 구축에도 힘쓰고 있습니다.
  • 아이온큐(IonQ) – 아이온큐는 이온 트랩 방식 양자컴퓨터 분야의 대표적인 선두 업체입니다. 2015년 메릴랜드 대학교 연구진이 창업한 이 회사는 레이저로 개별 이온을 포획하여 큐비트로 사용하는 이온 트랩(trapped ion)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업화했습니다. 아이온큐의 접근법은 초전도체 방식에 비해 에러율이 현저히 낮고 섭씨 상온에서도 운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만큼 양자 상태의 안정성이 뛰어나 아이온큐의 시스템은 매우 정확한 연산을 수행할 수 있습니다. 아이온큐는 2021년 업계 최초로 뉴욕증시에 상장하며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현재 수십 큐비트 규모의 양자 컴퓨터(예: IonQ Aria)를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2025년 말까지 100큐비트 이상의 상업용 양자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연구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미 아이온큐의 양자 컴퓨터는 아마존 AWS, 마이크로소프트 Azure 등 클라우드에서 제공되고 있어 개발자와 연구자들이 손쉽게 양자 연산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아이온큐의 기술은 미 공군 연구소 등에 양자 시스템을 공급하고 있으며, 이러한 협력을 통해 국방과 통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그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맺으며: 미래를 향한 양자 도약

양자 컴퓨팅은 이제 더 이상 머나먼 공상 속 이야기가 아닙니다. 불가능해 보였던 양자컴퓨터 실용화의 순간이 점차 가까워지고 있으며, IBM, 구글, 리게티, 아이온큐 같은 글로벌 선두 업체들과 수많은 연구진의 노력으로 그 미래가 서서히 현실의 문턱을 넘어오고 있습니다. 물론 상용화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 있고, 오늘내일 바로 우리의 일상에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지는 않겠지만, 그 잠재력만큼은 이미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고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완전히 실용화되는 날에는 인류는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난제들을 해결하고, 기존 컴퓨팅 기술의 한계를 넘어서는 새로운 혁신의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양자'라는 말이 주는 신비로움처럼, 머지않은 미래에 양자컴퓨팅이 가져올 혁명이 우리 삶과 사회를 크게 변화시킬 것을 기대해 봅니다.

참고자료: 구글 양자 칩 윌로 관련 보도, 동아일보 기술 기사, IBM 양자 컴퓨터 로드맵 발표, AWS 기술 블로그 자료, IonQ 분석 블로그 등 최신 자료를 참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