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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막히는 하늘, 멈춰선 발걸음 - 미세먼지가 그려낸 도시의 대중교통 풍경

by 아너스88 2025. 6. 1.

요즘 창밖을 내다보면 뿌연 하늘이 자주 보이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환절기나 겨울철에는 유독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서 마스크 착용이 일상화되었다. 이런 미세먼지는 우리의 일상생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오늘은 미세먼지 농도가 우리의 외출 빈도, 특히 대중교통 이용량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살펴보려고 한다.

미세먼지와 국내 대중교통 이용량의 상관관계

서울시를 중심으로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농도 간의 관계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도시 지역에서 교통량과 미세먼지 농도 사이에는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기준으로 미세먼지 발생 원인의 약 52%가 국내 요인이며, 그중에서도 교통량이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시 내에서도 구별로 미세먼지 수치가 다르게 나타나는데, 이는 지역별 교통량 차이와 연관성이 있다.

흥미로운 점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사람들의 외출 빈도와 대중교통 이용량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것이다. 2018년 한 연구에서 서울시 교통량과 미세먼지 농도를 비교 분석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일 때 대중교통 이용량이 평소보다 2~3% 감소하는 현상이 관찰되었다.

특히 2018년 초 서울시에서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을 때,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무료 이용과 차량 2부제 등을 시행한 사례가 있었다. 이 조치로 서울 시내 도로 교통량은 약 2~3% 감소했지만, 그 효과는 미미했다는 평가가 있었다. 이는 미세먼지가 심각한 상황에서 대중교통 이용보다는 실내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코로나19 이후 대중교통 이용 패턴 변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은 대중교통 이용 행태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국토교통부와 한국교통안전공단의 분석에 따르면, 2020년 대중교통 이용량은 전년 대비 약 26.8% 감소했다. 특히 주말과 공휴일의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36.1% 감소해 주중(23.9%)보다 감소폭이 더 컸다. 이는 사람들이 출퇴근 목적 외에는 불필요한 외출을 자제한 결과로 해석된다.

흥미로운 점은 수단별로 보면 광역·도시철도가 27.5%, 시내버스가 26.5% 감소해 지하철의 감소율이 더 높았다는 점이다. 이는 지하철이 상대적으로 밀폐된 공간이어서 감염에 대한 우려가 더 컸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러한 패턴은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의 행동 패턴과도 유사하다. 건강에 위협을 느끼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외출과 대중교통 이용을 자제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세먼지 농도별 대중교통 이용량 변화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량 변화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미세먼지 농도가 '좋음'에서 '보통'일 때는 큰 변화가 없지만, '나쁨' 이상으로 올라가면 대중교통 이용량이 눈에 띄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 분류 기준에 따르면, 미세먼지(PM10) 농도는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 좋음: 0~30 ㎍/㎥
  • 보통: 31~80 ㎍/㎥
  • 나쁨: 81~150 ㎍/㎥
  • 매우 나쁨: 151 ㎍/㎥ 이상

특히 미세먼지 주의보(시간당 평균 농도 150㎍/㎥ 이상이 2시간 지속)나 경보(시간당 평균 농도 300㎍/㎥ 이상이 2시간 지속)가 발령되는 날에는 대중교통 이용량이 평소보다 최대 5~7%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미세먼지 경보단계별 행동요령 및 조치사항(표준조례안)'14.10', 환경부)]

항목 등급(㎍/㎥)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
경보물질 미세먼지 0~30 31~80 81~150 151이상
초미세먼지 0~15 16~50 51~100 101이상
행동요령 민감군 ( 어린이, 노인, 천식과 같은 폐질환과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 - 실외활동 시 특별히 행동에 제약을 받을 필요는 없지만 몸상태에 따라 유의하여 활동해야 함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 제한, 특히 천식을 앓고 있는 사람이 실외에 있는 경우 흡입기를 더 자주 사용할 필요가 있음 실내활동, 실외활동 시 의사와 상담이 필요함
일반인 - - 장시간 또는 무리안 실외활동 제한, 특히 눈이 아픈 증상이 있거나 기침이나 목의 통증으로 불편한 사람은 실외활동을 피해야 함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 제한, 목의 통증과 기침 등의 증상이 있는 사람은 실외활동을 피해야 함

 

대중교통 이용량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량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은 다양하다:

  1. 건강에 대한 우려: 미세먼지가 심할 때 호흡기 질환 등 건강 문제에 대한 우려로 외출 자체를 줄이는 경향이 있다.
  2. 대중교통의 밀집도: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밀폐된 지하철이나 버스 내부에서의 감염 우려로 대중교통 이용을 꺼리는 현상이 있다.
  3. 대체 교통수단 선택: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대중교통 대신 개인 차량이나 택시 등 독립된 공간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4. 정부 정책의 영향: 미세먼지 저감 조치로 차량 2부제나 대중교통 무료 이용 등의 정책이 시행될 때는 교통 패턴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위치기반 이동량 데이터로 본 미세먼지의 영향

최근에는 스마트폰 위치 데이터 등을 활용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미세먼지와 이동량의 관계를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위치기반 데이터 활용이 활발해지면서, 미세먼지 농도에 따른 인구 이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서울시 교통체증이 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한 연구에서는 빅데이터를 활용해 실시간 교통체증 변화와 미세먼지 농도 변화의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고농도와 저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기, 그리고 통근시간과 비통근시간에 따라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농도의 관계가 다르게 나타났다.

결론: 미세먼지와 대중교통의 미래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사람들의 외출 빈도와 대중교통 이용량이 감소하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가용 이용이 증가하면 교통량 증가로 인해 미세먼지 배출량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중교통 활성화 정책과 동시에, 대중교통 내 공기질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하철 공기질 개선 사업이나 전기버스 도입 등을 통해 대중교통 이용환경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미세먼지 문제는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지만, 대중교통 이용과 미세먼지 저감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이 지속된다면, 보다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도시 환경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참고자료:

  • 한국교통안전공단, "2020년 코로나19 시대의 대중교통 이용실태 분석", 2021
  • 진정규, 진장익, "서울시 교통체증이 미세먼지 농도에 미치는 영향: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국토계획, 2021
  • 환경부, "미세먼지 바로알기", 2023
  • 이경재, 추상호, 김기용, 정준영, "대중교통 이용특성과 코로나19 감염 위험 인식에 미치는 요인 분석", 대한교통학회지, 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