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이면 새로운 대통령이 탄생한다. 그런 의미에서 사전투표의 내용을 분석해 본다. 지난 5월 29~30일 실시된 21대 대통령선거 사전투표가 마무리되면서, 이번에도 지역별 사전투표율에서 뚜렷한 차이가 나타났다. 전국 평균 사전투표율은 34.74%로 집계됐는데, 이는 20대 대선의 36.93%보다는 낮지만 19대 대선의 26.06%보다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지역 간 사전투표율 격차가 이전 대선들보다 더 극명하게 벌어졌다는 것이다. 가장 높은 전남(56.5%)과 가장 낮은 대구(25.6%) 간의 격차가 무려 30.9%포인트에 달한다. 이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
호남권의 압도적 사전투표 열기
이번 21대 대선에서 가장 눈에 띄는 현상은 호남권의 압도적인 사전투표 참여다. 전남이 56.5%로 1위를 차지했고, 전북 53.01%, 광주 52.12%가 뒤를 이었다. 이 세 지역 모두 사전투표율이 50%를 넘어섰다는 점이 특히 인상적이다.
20대 대선에서도 호남권의 사전투표율이 높긴 했지만, 이번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20대 대선 첫날 사전투표율을 보면 전남 28.11%, 전북 25.54%, 광주 24.09%였는데, 이번에는 그 수준을 훨씬 뛰어넘었다.
특히 전남의 56.5%라는 수치는 정말 놀랍다. 이는 유권자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사전투표에 참여했다는 의미다. 선거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라고 할 수 있다.
수도권과 충청권의 '중간' 위치
수도권 지역을 살펴보면 흥미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서울(34.28%)과 인천(32.79%)은 전국 평균과 비슷한 수준을 보였지만, 경기도(32.88%)는 상당히 넓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안정적인 수치를 보였다.
눈길을 끄는 곳은 세종시다. 41.16%로 4위를 기록해 상당히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세종시의 특수한 인구 구성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공무원과 젊은 층이 많이 거주하는 세종시의 특성상 사전투표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충청권에서는 대전(33.88%), 충북(31.52%), 충남(31.71%)이 모두 30% 초반대를 기록해 전국 평균보다 약간 낮은 수준을 보였다.
영남권의 '저조한' 참여율
이번 사전투표에서 가장 낮은 참여율을 보인 지역들은 대부분 영남권에 집중됐다. 대구가 25.63%로 최하위를 기록했고, 부산(30.37%), 경남(31.71%), 경북(32.38%)도 전국 평균을 하회했다.
20대 대선에서도 TK(대구·경북)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낮았는데, 대구 13.42%, 경북 16.92%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이번에는 그때보다는 상승했지만, 여전히 전국에서 가장 낮은 축에 속한다.
울산은 32.01%로 영남권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었다. 이는 울산의 산업도시 특성과 젊은 직장인들의 높은 비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강원·제주의 특별한 위치
강원도(36.6%)는 전국에서 5위를 기록해 상당히 높은 사전투표율을 보였다. 이는 의외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선거 참여율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사전투표에서 이 정도 높은 순위를 보인 것은 주목할 만하다.
제주도(35.11%)도 전국 평균을 웃도는 수준을 보였다. 제주도는 관광지 특성상 본투표일에 투표하기 어려운 상황에 있는 유권자들이 많아 사전투표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대, 20대 대선과의 비교 분석
1) 사전투표율 변화 추이
전체적인 사전투표율 변화를 보면 다음과 같다:
- 19대 대선(2017): 26.06%
- 20대 대선(2022): 36.93%
- 21대 대선(2025): 34.74%
20대 대선의 36.93%는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번 21대 대선은 그보다는 약간 낮아졌지만, 여전히 19대 대선보다는 8.68%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2) 지역 격차의 심화
이번 21대 대선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지역 간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것이다. 최고(전남 56.5%)와 최저(대구 25.6%) 간의 격차가 30.9%포인트에 달한다.
20대 대선에서도 호남과 TK 간의 격차가 있었지만, 이번만큼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이는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될 수 있다.
3) 호남권의 '특별한' 열기
특히 호남권의 사전투표 열기는 과거와 비교해도 매우 특별한 수준이다. 전남, 전북, 광주 모두 50%를 넘어선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는 단순히 사전투표 제도에 대한 선호를 넘어서, 이번 선거에 대한 호남권 유권자들의 특별한 관심과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이점과 시사점
1) 50% 클럽의 등장
이번 대선에서 처음으로 사전투표율 50%를 넘긴 지역들이 등장했다. 전남(56.5%), 전북(53.01%), 광주(52.12%)가 그 주인공이다. 이는 사전투표 제도 도입 이후 전례가 없는 현상이다.
2) 수도권의 '평균화'
수도권 지역들이 모두 전국 평균 근처에 몰려 있다는 점도 특이하다. 서울, 인천, 경기 모두 32~35% 범위 내에 있어, 수도권 내에서는 큰 편차가 없었다.
3) 세종시의 높은 참여율
세종시의 41.16%는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는 세종시의 젊은 공무원 계층과 높은 교육수준이 사전투표 참여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4) 강원도의 약진
강원도가 36.6%로 전국 5위를 기록한 것은 의외의 결과다. 이는 강원도 지역의 정치적 관심도가 높아졌음을 시사한다.
결론: 변화하는 선거 지형
21대 대선 사전투표 결과는 우리나라 선거 지형의 변화를 여실히 보여준다. 지역 간 격차의 확대, 50% 클럽의 등장, 수도권의 평균화 등은 모두 의미 있는 변화들이다.
특히 호남권의 압도적인 사전투표 참여는 이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적 열망이 얼마나 강한지를 보여준다. 반면 영남권의 상대적으로 저조한 참여율은 이 지역에서 사전투표보다는 당일 투표를 선호하는 문화가 여전히 강함을 시사한다.
사전투표율이 최종 선거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6월 3일 본투표와 개표 결과를 봐야 알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의 선거 문화가 지역별로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도 이런 지역별 투표 행태의 차이는 한국 정치의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근거 데이터]
도명 | 선거인수 | 사전투표자수 | 사전투표율(%) |
합계 | 44,391,871 | 15,423,607 | 34.74 |
서울특별시 | 8,293,885 | 2,843,337 | 34.28 |
부산광역시 | 2,865,552 | 870,147 | 30.37 |
대구광역시 | 2,049,078 | 525,257 | 25.63 |
인천광역시 | 2,619,348 | 858,899 | 32.79 |
광주광역시 | 1,194,471 | 622,587 | 52.12 |
대전광역시 | 1,241,882 | 420,753 | 33.88 |
울산광역시 | 934,509 | 299,135 | 32.01 |
세종특별자치시 | 307,067 | 126,398 | 41.16 |
경기도 | 11,715,343 | 3,852,191 | 32.88 |
강원특별자치도 | 1,327,019 | 485,739 | 36.6 |
충청북도 | 1,379,142 | 465,011 | 33.72 |
충청남도 | 1,839,339 | 595,661 | 32.38 |
전북특별자치도 | 1,510,908 | 800,975 | 53.01 |
전라남도 | 1,559,431 | 881,109 | 56.5 |
경상북도 | 2,213,614 | 697,660 | 31.52 |
경상남도 | 2,776,028 | 880,284 | 31.71 |
제주특별자치도 | 565,255 | 198,464 | 35.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