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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문명의 지혜에서 NASA까지 : 시간의 강을 건너는 인류의 여정 - 칼세이건 코스모스 1장 (2)

by 아너스88 2025. 8. 4.

인류는 오랜 시간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우주의 신비를 탐구해왔다. 이 드넓은 우주, 칼 세이건이 '코스모스'라 부른 이 광대한 공간에서 우리 인류는 어떤 존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 이 근원적인 질문에 고대 문명부터 현대 과학까지, 인류는 끊임없이 답을 찾아왔다.

무지의 바다에 떠 있는 섬

"앎은 한정되어 있지만 무지에는 끝이 없다. 지성에 관한 한 우리는 설명이 불가능한 끝없는 무지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은 섬에 불과하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그 섬을 조금씩이라도 넓혀 나가는 것이 인간의 의무이다."

이 말은 『코스모스』에 인용된 토머스 헉슬리의 글이다. 인류는 영원 무한의 시공간에 파묻힌 하나의 점, 지구를 보금자리 삼아 살아가고 있다. 코스모스의 크기와 나이를 헤아리는 것은 인류의 이해 수준을 훌쩍 뛰어 넘는 무모한 도전처럼 보인다. 하지만 세이건은 우주에 대한 인류의 탐구 역사를 통해 우리가 어떻게 이 무지의 바다에서 앎의 섬을 조금씩 넓혀왔는지 보여준다.

고대 문명의 우주관

세이건은 고대 문명의 우주관을 탐구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보츠와나 공화국 칼라하리 사막에 사는 쿵족은 은하수를 "밤의 등뼈"라고 불렀다. 그들은 하늘이 거대한 짐승이고 우리는 그 짐승 뱃속에서 살며, 머리 위의 은하수는 그 짐승의 등뼈라고 생각했다.

고대 문명들은 천체의 움직임을 관찰하고 달력을 만들었다. 천문학은 생존의 문제였다. 세이건은 이렇게 설명한다.

"왜 세상 사람들은 이처럼 천문학을 배우려 했을까? 영양과 사슴과 들소는 철에 따라 이동하므로 한 지역에서 잡을 수 있는 사냥감은 계절에 따라 늘고 줄기를 반복한다. 과일과 견과류는 익는 때가 따로 있으니 계절을 알아야 제대로 익은 것을 제때에 따먹을 수 있다... 그러므로 하늘의 달력을 읽을 줄 아느냐에 따라 목숨이 좌우되기도 했다."

고대 그리스와 알렉산드리아의 과학

지금으로부터 2500년 전 에게 해 연안에서 신화적, 미신적 사고를 배격하고 과학적 사고의 싹을 틔웠던 이오니아 과학자들, 즉 탈레스, 아낙시만드로스, 히포크라테스, 엠페도클레스, 데모크리토스, 아낙사고라스, 피타고라스 등의 업적은 현대 과학의 토대가 되었다.

세이건이 높이 평가한 탈레스의 사상에 대해서는 이렇게 기록한다:

"탈레스가 내린 결론의 옳고 그름은 큰 문제가 아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문제 해결을 위해 그가 택한 접근방식에 있다. 신들이 세상을 만든 것이 아니고, 자연 속에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물리적 힘의 결과로 만물이 만들어졌다는 생각이야말로, 당시 사고의 근본을 뒤흔드는 발상의 대전환이었다."

그림출처 : 컴북스, 그리스 과학 사상사
밀레투스의 탈레스에 관한 재미있는 그림 [그림출처 : 컴북스, 그리스 과학 사상사]

 

알렉산드리아 대도서관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세계의 모든 지식을 체계적으로 수집하여 집대성하려던 곳이었다. 세이건의 글을 빌리자면:

"도서관 소속 학자들은 코스모스 전체를 연구했다. 코스모스는 우주의 질서를 뜻하는 그리스 어이며 카오스에 대응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코스모스라는 단어는 만물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내포한다. 그리고 우주가 얼마나 미묘하고 복잡하게 만들어지고 돌아가는지에 대한 인간의 경외심이 이 단어 하나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지구 중심에서 태양 중심으로

우주관의 변화, 특히 지구 중심에서 태양 중심으로의 전환은 인류 사고의 혁명적 전환점이었다. 기원전 280년경, 아리스타르코스는 태양이 행성계의 중심이고 모든 행성은 지구가 아니라 태양의 주위를 돈다고 주장한 첫 번째 인물이었다. 그러나 그의 혁명적 발견은 1,800년 동안 잊혀졌다가 코페르니쿠스에 의해 다시 부활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태양과 달과 별들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믿었다. 지구 중심의 우주관은 세상에서 가장 자연스러운 생각이었다... 프톨레마이오스의 모형은 중세의 암흑시대의 교회의 지지를 받았고, 그로부터 1,000년 동안 천문학의 진보를 가로막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코페르니쿠스, 케플러, 갈릴레오를 거쳐 뉴턴에 이르기까지 과학자들은 우주의 법칙을 밝혀냈다. 케플러는 행성이 타원 궤도로 움직인다는 것을 발견했고, 뉴턴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통해 이를 설명했다.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와 그 주변 지역을 지도로 그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출처 : 위키백과]
프톨레마이오스는 지구와 그 주변 지역을 지도로 그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림 출처 : 위키백과]

별의 자녀들

세이건의 가장 유명한 메시지 중 하나는 우리가 별의 자녀라는 것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별의 내부에서 만들어졌다.

"우리의 DNA를 이루는 질소, 치아를 구성하는 칼슘, 혈액의 주요 성분인 철, 애플파이에 들어 있는 탄소 등의 원자 알갱이 하나하나가 모조리 별의 내부에서 합성됐다. 그러므로 우리는 별의 자녀들이다."

이는 우리의 기원과 우주와의 깊은 연결을 보여준다. 우리는 우주의 일부이며, 우주는 우리의 일부다.

NASA와 현대 우주 탐사

보이저 우주선과 같은 현대 우주 탐사선을 통해 인류는 태양계를 넘어 우주로 나아가고 있다. 세이건은 이를 인류가 별로부터 왔으니 별을 향해 귀환하는 여정으로 묘사한다.

"돌이켜 보건대 인류는 별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잠시 지구라 불리는 세계에 몸을 담고 살고 있다. 그러나 이제 자신의 원초적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어 감히 그 기나긴 여정의 첫발을 내딛고자 하는 것이다."

현대 과학 기술, 특히 NASA와 같은 우주 기관의 탐사는 우리가 우주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세이건은 이것이 단순히 지식의 확장이 아니라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본다.

우리는 누구인가?

이 모든 탐구의 궁극적인 질문은 '우리는 누구인가?'이다. 세이건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지구 생명의 본질을 알려고 노력하고 외계 생물의 존재를 확인하려고 애쓰는 것은 실은 하나의 질문을 해결하기 위한 두 개의 방편이다. 그 질문은 바로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이다."

인류는 무지의 바다에 떠 있는 작은 섬에서 시작하여, 고대 문명의 지혜를 모으고, 과학적 혁명을 이루어 현재의 우주 이해에 도달했다. 이 여정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맺음말

세이건이 『코스모스』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는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류의 모습이다.

"우리는 희귀종인 동시에 멸종 위기종이다.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귀중하다. 그러므로 누군가가 너와 다른 생각을 주장한다고 해서 그를 죽인다거나 미워해서야 되겠는가? 절대로 안 된다. 왜냐하면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 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고대 문명에서 현대 우주 탐사에 이르기까지, 인류는 시간의 강을 건너며 자신의 모습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이 여정은 우리가 코스모스에서 차지하는 위치와 그 안에서의 책임을 일깨워준다.


참고문헌

칼세이건, 『코스모스』(홍승수 번역, 사이언스북스, 2006)

앤 드루얀,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김명남 번역, 사이언스북스, 2020)